무역이득공유제 이젠 덮어야 & 농업의 희생에 대한 인식 재정립 필요

민간 농업관련 전문 연구기관인 GS&J 이정환 이사장이 최근 언론에서 난타당하는 ‘FTA농어촌상생기금 1조원 조성’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려의요지는 한·중 FTA 보완대책(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발표된 ‘농어촌상생기금’이 각 언론으로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으며,재정자금 지원도 모자라 기부금이란 이름으로 기업의 팔을 비틀어 농업을 지원하는 돈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GS&J는 "각 유력언론이 일제히 농업과 농정을 이렇게 비판한 적이 없었고, 이번 반농업 정서가 농정의 다른 부분으로 파급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GS&J 이정환 이사장은 "이미 지난 6월 18일 무역이득공유제 주장이 결국 이런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더 이상의 논의를 중단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면서," GS&J는 그동안 '농업·농촌의 길'에서 ‘통찰과 변화’,‘농정개조와 새로운 가치창출’, ‘신시대, 신농업·신농정’을 주제로 3년 연속 재정투입은 많고 농가에게 실익은 적은 현재의 농정을 전면적으로 개조해야 한다"고 지적했음을 상기시키며,"이번 사태가 농정을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논의가 촉발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정환 이사장은 지난 6월 '이제 "'무역이득공유제’ 논의를 덮자" 칼럼글에서 "무엇보다 FTA의 효과는 다른 요인들과 겹쳐져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므로 누가 얼마나 FTA의 이득을 취득했는지 계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따라서 누구에게 얼마를 부과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기에 이득을 특정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과세하면 기업이 반발해 소송 등 조세저항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무역이득공유제는 현실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반론도 있어 주목된다.

고려대 양승룡교수는 반박글에서 "무역이득공유제가 등장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거론하고,"무역이득공유제는 FTA 때마다 등장하는 대책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책들이 매우 시혜적이고 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기반을 하기 때문에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즉, 무역이득공유제 때문에 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공정하지 못한 정부 때문에 무역이득공유제가 필요한 것이고,무역이득공유제의 본질은 실행 상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의 희생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이고 이의 공식적인 인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결론적으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FTA 피해보전대책들이 무역이득공유제의 철학과 경제정의의 관점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인데,농업에 대한 인식과 이해, 급속하게 떨어지는 농업의 정치력을 고려할 때 비농업부문의 비난이 두려워 무역이득공유제를 접자는 주장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이정환 이사장은 "FTA대책이 FTA로 인한 교역조건의 악화로 초래된 피해에 비해 매우 불충분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다만 무역이득공유제를 통한 자금조성이 현실성도 없고 실효성도 없으므로 그보다는 직접지불제를 실효성 있게 개선 확대하는 관련 법을 제정하는데 노력을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법이 정해지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고 예산에서 지원하면 그것이 곧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물론 그 과정에서 무역이득공유라는 개념이 설명 논리로 제시될 수는 있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무역이득공유 논의가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덮자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정환이사장은 농업인과 농업에 가장 실익이 있는 대책으로 일단 수입기여도는 인정해 이 제도를 유지하면서, 중요 농산물에 대해서는 쌀 변동직불제와 같이 기준연도 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그 차액의 85%를 보전하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준조세,재정부담 가중 될 것 & 기업과 농민 갈등 부추겨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나온 이번 FTA보완대책인 농어촌상생기금과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농업인,네티즌 목소리도 뜨겁다.

여당측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일 "FTA보완대책으로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1조원 농어촌 상생기금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이는 준조세 돼 재정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야당측은 한·중 FTA로 이득을 보는 기업들이 많은 피해를 보는 농어민을 위해 이익의 일부를 지원 재원으로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측관계자는 한중 FTA 비준안을 기한안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무역이득공유제를 수용안하는 대신 상생협력기금같은 정치적 절충도 필요했음을 밝히고 있다.

향후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는 기업은 7%세액공제와 공정위의 동반성장 평가에 가점을 받게 되며,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액이 많은 기업은 동반성장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공정위 직권조사를 1년간 받지 않을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지게 된다.

한편,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최근발언이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있다. 하 의원은 "우리 사회의 우려스러운 경향 중 하나가 어떤 건수만 있으면 억지로 명분을 만들어서 기업을 뜯어먹으려고 하는 풍토"라고 비판한 것.

여기에 유력 언론들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대해 농어민 입장을 조금이나마 언급하거나 고려하기 보다는 기업입장에서 바라보며 부정적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자발적이라고는 하나 기금조성이 기업들에 물리는 반강제 세금격으로 정부가 기업활동을 돕지않고 각종 기부금을 요구하고 생뚱맞게 농어촌협력기금을 만들어 대.중소기업협력기금에 함께 끼워넣어 재정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유력언론들의 기사들에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대기업과 어느정도 규모있는 중소기업들을 주요 광고주로 관계를 맺고있는 언론사들이 기업입장에서 난리를 치고 있다는 것.

결국 기업들은 FTA로 이득은 많이 얻고 농어민들을 돕는것처럼 해서 생색은 내고 세제혜택받고,세금은 덜내고 기업외에 기금조성에 농협 및 수협을 포함시킨 것은 재원 마련에 농어민 돈을 끌어 들이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일 논평을 통해 "FTA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대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기금 재원마련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뒤로 빠지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자발적 충족이안되면 재원마련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기업 입장에서는 농민에 대한 나쁜 감정이 커질 것으로 보여지고,이미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농민들이 기업돈을 뜯는다’는 막말이 나오는 것은 제도자체가 갖는 근본 문제에서 발생한 것으로 FTA 대책과 기금조성을 두고 농민과 기업 간 갈등의 씨앗을 만들어 놓은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다른 농업인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여야정협의체의 합의사항에 "깊은 실망을 금할수 없다"면서도 "이번 여야정 협의체의 합의 사항만이라도 정부가 성실히 이행할 것은 물론 부족한 농업 분야 보완 대책의 추가 보완에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게 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입장에서는 당장급한 FTA비준안 동의를 얻어 한시름 놓았지만, 기업과 농어민들 모두들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를두고 앞으로의 국민시선에 대한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