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이동필 12대 원장 이임식이 3월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후임 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최세균 부원장이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이임식에서 이동필 전  원장은 "연구원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농정분야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회복과 위상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지향 연구와 철저한 품질관리가 따라야 하고 중장기 국정과제와 현안문제를 선도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합리적인 연구과제 추진과 성과 관리, 수요자 지향적인 연구, 시장지향적 관리가 이루어질 때 연구원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모든 것 위에 책임과 헌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연구원 가족 여러분!

지난 금요일 그동안 함께했던 선후배 동료들과 보리밭을 밟았습니다. 손을 맞잡고 전해지는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 겨울 혹한과 폭설을 이겨내고 대지에 파란 싹을 틔운 보리를 보며 우리의 삶도, 연구원의 운명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지혜롭게 극복하면 언젠가는 희망의 파란 싹이 돋아 오르리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1980년 6월 고향에서 고추를 심다가 연구원에 들어와 33년간 연구원에서 여러분과 함께 울고, 웃으며 동고동락해 왔습니다. 이제 한평생 몸 담았던 삶터이자 일터인 연구원을 떠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선배들에게 하나씩 일을 배우며,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농촌문제들을 토론하고 책과 씨름하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주신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가 원장으로 취임할 때 우리를 둘러싼 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려웠습니다. 연구원이 용역에만 너무 치중해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정과제와 현안 이슈에 대한 책임 있는 목소리가 약하고 현장감이 부족하다는 질책과 시너지 창출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고령연구자의 증가와 업무 과다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연구역량이 저하되었고, 지나친 경쟁으로 구성원의 응집력과 개개인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우리 연구원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원은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나주로 이전하도록 계획되어 있어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 걱정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과 함께라면 능히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18개월여 동안 신명 바쳐 연구원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연구자들이 소신껏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정책대안 제시와 문제해결을 통해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선도하고, 조정하며, 응원하는 원장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취임하면서 ‘농업·농촌·식품산업의 발전을 선도하여 국민의 신뢰 받는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으로의 위상제고’를 비전으로 정하고, 5대 추진전략과 14개 중점과제를 제시한 뒤 여러분과 함께 하나하나 실천해 왔습니다.

먼저 국정과제와 현장 중심의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여 연구추진 체제를 정비했고, 성과연봉제를 개편했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연구원 운영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평가제도를 개선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젊고 유능한 인력확보와 전문 능력 배양을 위해 중장기 인력 수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였고, 전문가 토론회도 활성화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오랜 망설임 끝에 연구원 청사를 매각하고 유연근무제와 스마트워크 체제도 갖추어 가고 있으며, 지방연구원 등 외부와의 네트워크도 한층 강화했습니다. 농업·농촌 문제의 답이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매월 주요 현안을 가지고 현장에 찾아가 토론회를 개최했고, ‘농정포커스’를 50회나 발간해 여러분의 연구성과를 알리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또한 금년에는 472억 원의 예산과 7명의 추가인력을 확보해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잔디밭을 갈아엎어 보리와 메밀을 심고 가꿔, 이젠 외부인들로부터 연구원이 농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의 고객 만족도도 날로 높아지고 있고, 한경비즈니스에서 실시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100대 싱크탱크 평가에서도 지난해에는 16 단계나 상승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원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농정분야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회복과 위상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지향 연구와 철저한 품질관리가 따라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장기 국정과제와 현안문제를 선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연구과제 추진과 성과 관리가 필요하고, 수요자 지향적인 연구, 시장지향적 관리가 이루어질 때 연구원은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황제팽귄이야기처럼 저는 이런 모든 것 위에 책임과 헌신,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저를 키워준 가족이자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비록 잘 한 일보다 못한 일이 많지만 나쁜 기억은 잊으시고 지친 몸으로 연구원에 찾아오면 따뜻하게 품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과 함께했던 지난 33년간 연구원 생활이 제 삶의 전부였으며, 인생의 가장 의미 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연구자로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해 봤던 농림행정의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이제까지 살아왔듯이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열정을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쏟겠습니다. “국민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고 말한 간디처럼 저도 감히 농업인들의 눈물을 닦아 주며, 농업인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농정을 펼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저의 서포터와 치어리더가 되어 주시길 간곡하게 당부 드립니다.

다시 오늘날의 제가 있도록 보살피고 이끌어 주신 연구원 가족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과 따뜻한 사랑 깊이 감사드리며, 제게 주신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늘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3년 3월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이 동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