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정성효 기고] ‘물은 서 있고 다리가 흐른다’정성효 부장 대림산업 기술안전팀 한국건설안전학회 전기안전기술위원장
오세용 기자  |  osyh@safety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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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30  17: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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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효 부장 대림산업 기술안전팀 한국건설안전학회 전기안전기술위원장
‘물은 서 있고 다리가 흐른다’


공수파서두(空手把鋤頭) 빈손에 호미를 쥐고
보행기수우(步行騎水牛) 물소를 타고 걷는다
인종교상과(人從橋上過) 다리 위에 이르러 돌아보니
교류수불류(橋流水不流) 다리가 흐르고 물이 서있네
‘생계(호미)를 붙들고 마음(물소)에 의지하여 세상(물)의 풍파를 겪다가 문득 세상(물) 밖에서 돌아보니 풍파는 마음이 만든 것일 뿐 세상은 고요하더라’는 의미의 옛 선시(禪詩)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설명한 내용과 같은 이치를 자각한 표현이다.

 캐나다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은 아주 특이한 형태의 곰 덫을 사용해서 곰사냥을 했다. 커다란 돌덩이에 꿀을 발라 밧줄로 튼튼한 나뭇가지에 매달아두면 꿀을 좋아하는 곰이 꿀 냄새를 맡고 찾아온다. 꿀이 잔뜩 묻어있는 돌덩이를 본 곰이 일어서서 앞발로 돌덩이를 잡으려고 하면 꿀 때문에 미끈거리는 돌덩이가 미끄러져 밀려났다가 그 반동으로 곰을 때린다. 갑자기 돌덩이에게 맞고 놀란 곰은 분노하여 좀 더 힘껏 돌덩이를 후려친다. 곰이 돌덩이를 세게 때릴수록 돌덩이도 더 큰 반동으로 곰을 때린다. 결국, 곰은 자기가 쏟아낸 폭력의 반동과 싸우다 탈진하여 쓰러지고 그때를 기다리던 사냥꾼이 달려와서 곰의 급소에 창에 찔러 넣는다.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인 곰은 자기가 만든 폭력의 악순환을 중단할 줄 모른다. 곰은 자신을 공격하는 듯한 상대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에서 나온 분노에 휩쓸려 감각을 잃어 자기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돌덩이와 싸우는 것이다. 만약 곰이 감각을 되찾아 그 돌덩이를 자기가 흔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돌을 때리는 행동을 중단할 수 있었다면 맛있는 꿀을 먹고 생명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느 시대든 인간을 위협하는 재난과 전쟁이 있었다. 그 시대의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놀랍게도 분명 같은 세상을 살고 있었지만, 마음의 관점에 따라 제각각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인식하면서 살았던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어떤 이에게는 다툼과 절망만 가득하여 사는 것도 두렵고 죽자니 그 또한 두려운 고해와 같은 세상이었지만, 어떤 이에게는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전혀 다른 그 느낌의 근원은 물질이 아닌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삶에 대한 인식도 마음에서 비롯하고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도 내가 돌덩이를 때리는 곰과 같은 마음이 되거나, 상대가 그렇게 되어 일어난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만드는 마음의 관성(慣性)은 돌덩이를 흔드는 곰처럼 좀처럼 멈추기 어렵고 마음에 휩쓸리면 실체를 인지하는 감각을 잃어버린다. 마음의 감옥을 만드는 창살과 같은 것이 생각이니 생각을 멈추면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다. 잠시 자연 속을 혼자 천천히 걸을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어떤 장소라도 상관없다.
 마법사가 마법을 시작할 때처럼 손가락을 한 번 튕기거나 손뼉을 한 번 치는 신호와 동시에 ‘감각’이라고 말한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쉬는 신체기관의 감각을 주의 깊게 느껴본다. 횡격막이 움직이면서 코와 입으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 비강과 후두, 기도와 폐로 공기가 밀려들어 기관지로 퍼지고, 허파가 부풀면서 배와 몸통이 움직이는 느낌을 주의 깊게 느껴보며 온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의식적으로 멈추고 오직 몸의 감각에 집중하여 자신의 주변을 느낀다. 필요하다면 ‘나는 지금 물을 마시고 있다. 나는 지금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나는 지금 계단을 오르고 있다. 나는 지금 oo작업을 보고 있다...’ 등과 같이 독백하는 것이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몸의 감각에 오롯이 집중할수록 점점 생각이 멈춘다. 모든 무예에서 절정 고수는 몸의 감각이 살려낸 사람들이고, 인체의 오감(五感)은 마음이 가공해낸 오욕칠정(五慾七情)보다 명징(明澄)하다. 머리 위를 지나는 새의 그림자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르겠지만 그때마다 ‘지금은 감각’이라는 단호한 태도로 그 새가 머리에 앉지 않도록 생각을 흘려보내며, 오직 감각을 통해서 지금을 인식한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억제할수록 그 생각에 붙들리게 되니 새의 그림자를 스쳐 보내듯 잡념은 흘려보내고 감각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르겠지만 그때마다 ‘지금은 감각’이라는 단호한 태도로 생각을 지나친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억제할수록 그 생각에 붙들리게 되니 일어나는 생각을 그대로 지나쳐서 그때마다 감각으로 주의를 돌려 지금을 인식하는 것이다. 약 10분 정도만 그렇게 감각에 집중하여 생각을 놓는 시간을 가지면 식사를 끊어 몸을 쉬게 하는 단식처럼 생각을 놓아서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로 인한 건망증이 완화되고, 창의력과 기억력이 놀랍도록 향상되는 놀라운 효과가 발생한다. 이 ‘감각집중’ 연습을 통해 마음을 뒤흔드는 생각을 놓아 보내는데 익숙해지면, 일상에서 무수한 돌덩이들과 싸우는 일을 스스로 멈출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생각으로 마음이 분주할 때 주변을 살피는 감각이 흐려져서 그 순간 일어나는 일의 실체를 보지 못하니 위험에 노출된다. 마음이 분주한 정도를 넘어 생각을 움켜쥐고 돌덩이와 싸우고 있는 상태라면 수많은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풍파가 일고, 바람이 자면 풍파가 멈추는 것이 실체이고 그 실체를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감각이다. 바람이 불어도 풍파가 일지 않고 바람이 이미 지나갔음에도 풍파가 이는 것은 생각이 마음에 지어낸 허상이다. 마음을 뒤흔드는 생각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실체가 왜곡되지 않도록 생각을 비우고 감각에 집중하여 실체를 자각할 수 있을 때 산업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 안전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을 뒤흔드는 분주한 생각을 비워 흔들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감각에 집중하여 매 순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실체를 인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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