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축산신문
오피니언특별기고
[기고] 추억속의 고구마백 봉 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바이오자원팀장)
농업축산신문  |  arrisr2@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8.29  13:42:0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백 봉 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바이오자원팀장)

내 고향은 경남 마산의 평촌(현재 부평리)이란 시골 마을이다.

인터넷 포털에‘평촌고구마’를 치면 검색이 될 정도로 고구마가 유명한 곳이다.

이 마을 어귀에는 조그만 비석이 하나 서 있다. 동네 어르신들 말에 의하면 약 230년 전에 서(徐)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는데, 이 분이 고구마를 들여와 마을에 전파하였고, 고구마를 재배하고부터 잘 살게 되어 서씨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을에서 비를 세웠다고 한다.

일제강점기가 끝나자 마산에는 일본으로부터 많은 ‘귀환동포’가 몰려와 정착한 곳이 있다.

이들은 일본으로부터 귀환할 때 몸만 들어와 생활이 말할 수 없이 궁핍하였다. 이들의 삶이 워낙 어려워 ‘우환동포’란 말까지 나돌았다.

그들은 고구마 수확철이면 평촌으로 몰려들었다. 고구마를 캐 주고 품삯으로 고구마를 받아 가면 겨울 양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새참으로 고구마를 삶아 주기 때문에 배불리 먹을 수도 있었다.

평촌에서는 1970년대 말까지도 고구마를 많이 재배했다.

겨울이면 고구마를 두껍게 썰어 초가지붕 위나 잔디밭에 널어 말렸다. 마을이 온통 하얀 ‘빼때기’로 뒤덮였다. 빼때기를 말려 놓으면 농협에서 수매를 해 갔다. 빼때기는 돔비콩(동부)을 넣고 죽을 끓이면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지금은 귀환동포도 사라지고, 빼때기를 만들지도, 수매도 하지 않는다. 마을 앞에는 산업단지가 들어서서 농사도 먹을 것만 짓는다.

그래도 마을사람들은 고구마 몇 두렁은 심어서 겨울 간식으로 먹고,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도 고구마를 꼭 쪄서 올린다. 조상들을 잘 살게 해 주었고, 어려웠던 시절 맛있게 먹었던 주식이자 간식이었기 때문일 게다.

우리 집에도 고구마를 많이 재배했다.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는 빼때기를 만들고 난 후 남은 것은 부엌 한쪽에 땅을 파고 짚으로 덮어서 겨우내 저장을 했다. 겨울에 꺼내 먹으면 생고구마도 맛이 있다. 저녁에 소죽을 끊이면서 아궁이에 고구마를 묻어 두면 늦은 밤 맛있는 군고구마가 되어 있다.

기다리다 잠이 들어버리면 군고구마는 누나들 차지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일까. 요즘도 추운 날 군고구마 파는 곳을 지나가면 한 봉지 사들고 집에 가곤 한다.

이런 고구마와의 인연 때문일까?

농촌진흥청에서 과수 품종 육종을 담당하다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 직장을 옮기고 나서 현재는 고구마 종순을 보급하는 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재단에서는 국내에서 육성된 고구마 신품종을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농촌진흥청에서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지면 바이러스 없는 우량종묘를 만들어 씨고구마 생산용으로 종순을 보급한다.

고구마는 감자와 마찬가지로 씨고구마로 증식을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품질과 수량이 떨어진다.

따라서 조직배양을 통해 우량종순을 증식하여 보급하는 일은 재배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기능성이 향상된 ‘풍원미’, ‘호감미’, ‘단자미’ ‘진율미’ 등의 신품종이 개발되었다. 이들 품종은 재배상 문제가 되는 ‘덩굴성쪼김병’에도 저항성이 있어 재배가 용이하다.

남아메리카에서 자생하던 고구마가 국내에 들어온 지도 벌써 250년이 지났다.

그 동안 수만은 애환을 우리와 함께했던 고구마가 이제는 웰빙식품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잎, 줄기, 뿌리 모두 훌륭한 식재료가 되는 고구마가 국민 모두에게 더욱 사랑받는 작물로 거듭나길 바라며, 먼 훗날 내 아이들도 고구마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생기길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농업축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농업축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많이본기사
1
“농업기계야, 올해 농사도 잘 부탁해”
2
면역력에 도움되는 단백질 가득 우리 한우
3
‘화훼농가 돕자’ 식품연, 꽃 선물 릴레이 동참
4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실증지원’ 공모
5
올해 서울 남산 면적 77배만큼 나무 심는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구독신청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3, 2002호(서초동 중앙로얄)  |  대표전화 : 02)587-9981~2  |  팩스 : 02)587-9459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다 07678   |  구독문의 02)587-9981  |  광고문의 02)587-998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태호
Copyright 2011 농업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wcho91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