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의 대상을 국가, 정권, 국민을 분리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 설정해 정책 목표가 분명치 않아 이로 인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농업연구기관 GS&J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대북 정책은 다른 나라에 대한 외교정책과는 달리 민족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통일이라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바탕으로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권에 따라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못함으로써 상대방은 물론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요하지만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원장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남북한 사이의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농업분야의 협력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남북한 농업협력을 추진한다면 과거에 추진했던 농업협력과 연속성을 가지면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투명하게 추진해야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농업협력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1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의 합의 사항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 및 후속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현재 북한이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정책인 지역개발 및 ‘경제발전5개년전략’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북한은 이미 사회주의 배급체제가 무너졌고,공공연 한 장마당 등을 통한 시장경제가 침투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의 협동농장은 국가가 요구하는 곡물 생산보다는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 생산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 이러한 시장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농업협력을 추진해야만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GS&J측은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시각

북한에 관해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 어느 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사안도 있지만 의견이 팽팽히 맞서 어느 것이 다수의 의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남북문제에 관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집권한 정권 입장에서는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많았고 그 결과 국정 운영에 관여하는 소수자의 의견에 따라 대북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하고 여기에 이념적 논쟁까지 가세해 국민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되고있다.

우리 국민들은 각자의 가치관이나 이념적 성향과는 관계없이 김정은의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단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배고픔에 굶주린 많은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데 실향민을 비롯한 국민들 정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또한,북한에 대해 미사일 도발같은 위협에 분노하고 단호한 강경한 정서도 존재하지만 당분간 은 협력하면서 남북대화로 우리가 주도해 나가면서 언젠가는 통합을 이루어야 할 대상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문제는 미래지향적으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고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해 목표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진보 또는 보수 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대북 정책의 방향은 크게 달라지고 화해무드로 갔다가도 곧바로 냉전모드로 바뀌는 등 롤러코스터 타는 관계설정을 반복해 오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정책의 일관성이 단절되면서 올바른 남북관계를 정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게되고 고스란히 개성공단 중단 같은 민간기업들의 피해로 돌아가는 악영향을 주고있다.

역사적 경험 되새겨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북 정책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함에도 국제 공조를 강조한 나머지 우리의 가치보다는 다른 나라들의 가치를 우선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 들을 비롯한 권태진 연구원장의 주장이다.
국민들 사이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 잦은 대북 정책의 변화,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 사이의 이해관계 첨예화에 따라 한국이 대북 정책의 일관성과 주도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익과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외부의 힘에 기대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동적 자세는 미래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조국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국민들의 현명한 지혜 모아야

 GS&J 인스티튜트는 "대북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점은 진보와 보수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을 무시한 채 정권의 논리에 빠져 졸속적으로 결정하고 일방통행 식으로 집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만일 정책결정 과정에서 서로 다른 국민들의 생각을 교환하고 설득하는 절차를 거쳤더라면 설령 사후에 문제점이 드러나더라도 국민들의 생각을 다시 수렴해 필요한 경우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데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중대한 국가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국민들의 생각을 정부가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우선 구축돼야 하고,북한과의 대화 채널에는 민간채널, 다자간 채널, 삼자간 채널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정부 간 양자 채널을 기본으로 구축해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진지하게 이해하고 깊이 있게 분석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연구소측은 분석했다.
북한은 핵 개발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핵심 의미를 찾아 핵 개발이 아닌 대안이 있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만일 북한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핵 개발 이외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면 그 대안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의 남북한 농업협력 방향은?

그렇다면 다시 우리 농업게로 돌아와서 어떤 방향으로 농업협력 관계를 풀어가야 할까?

지난 20여 년 간의 남북협력에 관한 성과를 평가할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있다.

남북한 농업협력의 성과를 공적원조(ODA) 성과평가 지표로 널리 사용하는 OECD/DAC(개발원조위원회)의 5대 지표인 적절성(Relevance), 효과성 (Effectiveness), 효율성(Efficiency), 영향력(Impact),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적절성과 효과성은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지만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8월 개성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통해 남북한이 합 의한 농업분야의 협력사업은 지난 10여 년 간 남북한 농업협력의 핵심 추진 방안으로 인식돼 남북한 사이에 반복적으로 협의됐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도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제시된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20여개에 달하는 지방개발구의 지정과 2016년 제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경 제발전 5개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6년차를 맞아 남북한 농업협력을 위한 남한과 북한의 상황 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 맞는 협력사업을 발굴해야만 협력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이 지정한 20여개의 지역급 경제개발구 중 3개의 농업개발구와 4개의 농업 관련 개발구는 향후 농업관련 투자를 추진할 때 우선 고려할만 한 곳이나 남북한 사이에 개발원조 형태의 농업협력사업을 추진코자 할 때도 우선 검토가 필요하다.

 GS&J측은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려면 우선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은 바로 지역경제개발구를 통한 협력과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관철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협력을 들고있다.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협력

현재 북한에는 400여 개의 공식식장이 개설돼 있으며 종사자만도 100만 명 에 달해 전체 인구의 4.5%가 장마당 등 시장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시장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농업협력을 추진해야만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다만, 북한 당국이 시장의 존재와 역할을 어쩔수 없이 모른척 인정하면서도 자본주의 시장 활동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어 시장만을 명시적으로 내세우는 농업협력 전략은 추진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농업분야는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물꼬를 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이를 위한 협력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고,먼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협의가 이루어졌거나 협력사업이 실행되었던 양돈협력사업과 농촌마을개발, 종자 관련 사업, 벼 생산성 증대사업, 채소온실사업 등에 관심을 집중해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GS&J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농업분야 협력은 먼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민간단체가 중심이 된 인도지원사업을 최우선으로 실시해야 한다"며,"북한의 태도 변화를 확인하면서 농업개발협력, 교역 등으로 점차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