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국회-이태호 기자>

축산대기업의 가축 사육부문 진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축산계열화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가운데,기업자본의 축산 사육분야 진출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민의당 황주홍의원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공동으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현재 축산업계는 축산업 전후방에 위치한 축산관련 기업들이 농가들이 영위하던 사육부문까지 확대하기 사업영역을 시작했고, 일부 축종의 경우에는 이미 사육과 관련한 주도권이 기업 부문에 쏠리면서 기업과 축산 농민들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의 축산업 사육부문 진출은 지금까지 농가가 입식과 사육, 출하에 이르는 모든 경영적 판단을 책임지고 결정했던 것과 달리, 축산 농민을 기업이 제공하는 원자재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규격과 기준에 맞춰 출하하는 단순 노동자로 전략시킴으로써 축산농민의 존립 기반을 축소시킨다는 게 축산생산자단체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최영찬 교수가 '기업자본의 농업진출과 축산계열화'에 대해,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김재민 연구기획실장이 '기업의 사육업 진입원인 및 제도를 활용한 대응전략' 주제 발표를 맡아 각각 기업자본의 축산업 사육부문 진출 현황, 그리고 기업이 사육부문에 진출하는 원인과 제도를 통한 대응 전략 등을 발표했다.

최영찬 서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있다

최영찬 교수는 발표에서 주식회사형 한돈계열화의 문제점과 협동조합형 한돈계열화의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면서,문제점으로 "우리나라 주식회사형 계열화기업의 사업및 조직구조는 사료부문의 매출비중이 높고 사육부문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 수익구조에서도 적자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핵심역량이 양돈업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위탁농장의 정책자금 수혜는 계열화 기업을 통해서 이뤄지기때문에 기업이 정책자금을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폐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생산농가와의 관계가 계약에 의존하는 주식회사형 계열화보다는 생산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계열화가 계열조직과 계열농가사이의 신뢰구축에 더 용이하다"고 말했다.

협동조합형 계열화의 경우,"생산기반이 되는 농가의 보호와 유지를 이윤극대화보다 우선순위에 두며,돈육시장 개방과 소비자시장의 규모화,대형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돈의 경쟁력을 높이고,생산농가의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재민 실장이 주제발표 하고 있다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김재민 실장은 "배합사료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도축장구조조정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같은 '배합사료산업 구조조정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계열화 사업자와 브랜드경영체,육가공업자 등 현물도매시장을 거치지 않은 가축거래의 보고의무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기업의 사육업에 과도한 진입으로 농가와충돌 및 경쟁하는 것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규제로 보호법을 고려해 일정비율 기업의 외부 가축구매 의무화를 필수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축사은행제도와 가격안정위한 수급조절제도의 시스템화를 통해 사후적 수급조절이 아닌 사전적 수급조절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종합토론에서는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부회장과 김영수 농협중앙회 상무, 조재성 충남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 농림축산식품부 정책담당자 등이 참석해 기업자본의 축산 사육분야 진출의 문제점과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재성 충남대 교수

먼저,충남대 조재성교수는 "대기업과 생산농가 사이의 차이는 교섭력의 차이가 크기에 판로등에서 교섭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하고,덴마크 데니스크라운 같은 세계적인 축산쪽대기업들은 협동조합형 패커가 많다"면서,"우리산업이 최소한 축산생산부문은 농가가 담당하고 생산부문의 전후방산업은 일정수준 이상의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산업을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축단협/ 한돈협회 이병규 회장

이어 생산자단체 축단협 이병규 회장(한돈협회)은 기업의 한돈업 진출의 문제점에 대해 "기업계열화에 의해 한돈농가는 소작농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돈산업 계열업체는 계열농가와 계약을 맺고 사료,약품,자재,종돈,정액과 같은 생산 기반요소를 판매해 수익을 얻고,농장에서 육성한 돼지를 회수,수탁해 팜매함으로 그 사이에 있는 농가는 자본앞에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기업의 경우 비육농장을 모돈농장으로 전환해 위탁사육한 이후로 전체 자돈가격에 영향이 미칠만큼 파급력이 커졌고,사료사업,육가공사업,도축장사업 등 유통분야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한돈농가와 경쟁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돈산업의 바람직한 산업구조 방안으로 "협동조합 중심의 축산계열화를 통해 축산물 시장의 유통구조개선과 축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밝히고,"독점적지위를 이용한 기업과 농가의 불공정한 계약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핵심역량을 양돈업과 돈육생산에 두지않는 민간 주식회사형 계열화기업의 성장은 견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우협회 김홍길 회장

전국한우협회 김홍길 회장은 한우위탁사육과 관련해 전북지역 축협과의 갈등을 거론하며,"농가와 축협간의 역할분담이 명확한데도 현재 한우계열화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경영체가 한우만을 취급하는 품목축협이 아닌 모든품목을 아우르는 종합축협이어서 농축협의 수익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탁사육에는 농가가 있는것이 아니라 소작을 하는 일꾼만이 있기때문에 일꾼이 아닌 실제 농민으로 살아갈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사료업계와 관련해서는,"사료업계의 구조조정과 생산비에 대한 원가분석 및 가능한 부분까지 공개가 돼야 농가와 사료업계의 상생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민간 도매시장과 축산물공판장을 통해 거래되는 축산물의 경우에서도 통계등 일일보고가 이뤄지고 있지않아 축종별,품종별 출하물량은 물론,등급과 가격까지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입식계획을 세울수 있도록 축산계열화사업체,브랜드경영체들이 가축의 조달과 출하와 관련된 정보를 개방해 축산물유통의 명확한 통계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양계협회 이홍재 부회장

대한양계협회 이홍재부회장은 "기존 대기업 진출등 사례를 보면,농가를 위하고 농업으로 인한 수익보다는 토지가격 상승등을 노린 전형적 농지확보를 통한 투기성격의 투자가 많았다"면서,"자본을 많이가진 대기업이 우리농업과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방향으로 흐를수밖에 없고 대기업이 비교우위 원리로 농산물 수입과 가공제품 생산에 급급할 경우 국내 농축산업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농협중앙회 김영수 상무

농협중앙회 김영수 상무는 "국내기업에서 생산분야를 장악했다가 외국기업에 통째로 넘겨주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면서,"생산분야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자본투자도 있어야 되는데,협동조합자본,영농조합자본,정부자본 등 기업자본이 아니더라도 생산분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농업농촌의 문제중에 가족농의 붕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적정규모의 가족농 육성에 온 힘을 기울여야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최명철 축산정책과장

농식품부 최명철 축산정책과장은 "미래축산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가 고민"이라며,"현시점에서 축산업이 농업의 45%생산의 지위를 갖고 있고,국경이 없는 글로벌 환경에서 보호를 통한 생존은 어려워 질수밖에 없고 경쟁을 통해서 제고해 나가야 하는데 그 힘은 외국사례처럼 생산부터 도축,가공,유통,판매까지 일관된 관리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외국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정부는 협동조합이든,기업이든,개인이든 경쟁을 통하게끔 그누구든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일본의 경우는 단위조합에서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50%만 판매하고,나머지는 중앙회가 수탁으로 판매한다"면서,"젠노가 전체생산액의 25%를 책임지고 판매해주기에 대형유통업자와 가격협상력을 통해 수수료만 빼고 고스란히 농가에 돌려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우리 협동조합시스템과 일본이나 덴마크시스템과는 협동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정산방식의 문제"라고 말하고,하나의 패커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안심축산인데 일본의 젠노처럼 발전해 우리나라 축산업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이날 기업부문패널측에서는 기업이 축산의 사육분야에 진출하게 된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기로 한 그룹 관계자가 토론자로 불참석해 다소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정승헌 건국대 교수(좌장)

좌장인 건국대 정승헌 교수는 "작년 한해만 해도 농축산업 무역적자가 250억불이 넘었다. 대한민국축산업이 살아남을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축산업이 나가야 할 길은 글로벌 시대 같이 뛰어가야 하고,이미 대한민국에는 외국기업들이 진출해 있는데 유독 한국 대기업만 생산참여를 규제를 하자는 소농가적 사고로는 미래가 없다.따라서 앞으로 지원없이 자생할수 있는 농축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축산부분의 생산참여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기업의 논리"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고,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논리와 오랜세월 생산농가의 풀뿌리 기반 협동조합 논리는 양날의 칼 같아서 어느누구도 쉽게 정답을 얘기하기 어렵다"면서,모두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남고있다고 정리했다.

축산업은 농업과 달리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된데다 도축과 가공이라는 별도의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산업으로 이번 토론회에서는 농민들이 영위하던 사육 부문에 기업자본이 진출하면서 발생되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를 알아봄으로써 축산농가와 산업의 지속 성장 방향을 모색하기위한 의미있는 자리가 됐다.

박지원 국민의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토론회에 들러 최순실 국정개입을 거론하며 대기업 축산진출 이슈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한편,토론회에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정인화(전남 광양·곡성·구례)·박준영(전남 신안·영암·무안)더불어민주당 위성곤(제주 서귀포)·김현권(비례대표) 의원 등도 참석해 대기업 축산업진출이슈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이태호 기자 /arrisr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