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의 매우 불확실한 미래를 앞에두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문제의식 하에 강한 경로의존성을 버리고 전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사단법인 농정연구센터(이사장 정영일)는 24일(금) 서울 양재 aT센터 4층 창조룸에서 '한국농업, 경로를 바꾸자'라는주제로 제23회 연례심포지엄을 개최하고,생산주의 농업에서 벗어나 다기능 농업에 입각한 새로운 농업발전시스템과 농정체계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정연구센터 정영일 이사장은 "그동안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농업과 농촌주민뿐 아니라 소비자와 일반국민의 요구를 함께 충족시켜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에 기여하고자 연례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면서"이번 심포지엄은 '한국농업 경로를 바꾸자'를 주제로 성장주의와 생산주의 이념에서 벗어나 지역과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세상을 그리길 고민하는 소통의 장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좋은 의견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안농정대토론회조직위원회와 공동주최한 이번 제23회 심포지엄에서는 1부에서 이일영 한신대 교수가 ▲'뉴노멀시대의 한국경제와 지역혁신' 의 기조발제를 맡아 진행했고,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이 ▲'생산주의농업에서 다기능농업으로'주제발표를,두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태호 서울대 교수가▲'쌀중심에서 밭농업으로',마지막 세번째로 이명헌 인천대 교수가 ▲'중앙설계에서 벗어나 지역혁신으로'에 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2부 순서에서는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의 진행으로 서종석 전남대 교수,신성식 아이쿱사업연합회 CEO,임경수 논산시 공동체경제추진단장,채인석 화성시장이 패널로 참여해 “지역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펼쳤다.

심포지엄 기조발제를 맡은 한신대 이일영교수는 저성장·장기침체로 대변되는 뉴노멀시대에 국제분업구조와 산업공간 재편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뉴노멀시대에는 과거 뉴딜정책의 한계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개선을 목표로 하되 과다한 국가개입에 의한 시장왜곡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잘 사용되지 않던 자원의 활용과 변화의 맹아를 지닌 니치를 형성·확장하고, 광역경제권 규모의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분권화된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경제가 추진주체가 된 광역경제권 발전모델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정연구센터 황수철 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새로운 농업발전의 길을 모색해야하는 현 상황에서 다기능농업 모델을 유럽의 경험을 통해 고민해보고 충분한 개념적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현재와 같은 ‘농업에 대한 압착(squeeze)’구조, 즉 농산물 생산비는 증가하나 수입은 정체, 하락, 변동하는 근대 농업발전모델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기능농업 패러다임에 입각한 품질생산, 짧은거리유통망, 농가의 자연 및 경관관리, 돌봄활동 등 여러활동을 추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마지막으로 현 단계 농촌발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주목받는 ‘네스티드 마켓’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제부터는 성장주의라는 낡은 근대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농촌의 다양한 층위에서 진행되는 변화의 흐름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기능농업은 1980년대 유럽에 처음 등장해, 1990년대 생산주의적 농업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본격적 논의가 이어진 개념이다. 이후로는 다기능적이고 지속가능한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유럽형 농업모델(EMA)’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서울대 이태호 교수는 더딘 쌀 공급감소와 빠른 쌀 소비감소로 인한 만성적 초과공급을 극복하기 위해 쌀농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태호 교수는 "이미 국내 쌀생산은 소수농가와 주산지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며 ‘밭농업화’되어가고 있다"면서"논면적은 감소하고 밭경작면적비율과 밭면적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품목 밭작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수익성과 공익성이라는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하는데, 수입 불확실성 완화를 위해 작물·수입보험 등의 제도를 정착시켜야하며 공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더 정교한 상호준수제도(cross compliance)를 밭농업직불제와 결합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다양한 작물을 위한 밭농업을 대상으로는 더욱 정밀한 통계자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대 이명헌 교수는 농업·농촌정책에서의 분권의 의미에 대해 발표하면서,먼저 현재와 같은 콘테스트 방식에서는 중앙정부가 설계한 틀 내에서 자원을 배분받을 수 밖에 없어 공동부담자이나 그에 상응하는 기획권을 갖지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이교수는 재정 연방주의의 문제의식을 농정에 적용, ‘농정연방주의’(agricultural federalism)를 추구할 것을 주장했다.

관련 사례로 독일과 스위스를 예로 들며 "재정부담분에 상응하는 권한을 분배할 것과 농정영역을 중앙전담,중앙-지방 협의,지방주도와 같은 3별 협치틀을 형성할 것"을 과제로 제안했다.
또한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농정연방주의의 기본틀로 헌법이나 농업기본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아울러 제안했다.

2부에서는 서종석 전남대 교수, 신성식 아이쿱사업연합회 CEO, 임경수 논산시 공동체경제추진단장, 채인석 화성시장이 패널로 참여해 앞으로 농업정책이 지역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필요성, 지역과 지역의 연계,젊은층의 생활을 위한 지역여건조성, 지역을 살리기 위해 화성시가 실시하고 구상하는 다양한 사업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농정연구센터측은 이번 심포지엄이 중앙농업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확인하며 한국농업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정연구센터는 지난1993년 이래 매년 1회 농정 핫이슈를 선정해 심포지엄을 개최해 오고 있으며,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 21세기 한국농정의 비전을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으로 설정하고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과 새로운 대안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