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한달보름 가까이 다가온 가운데 김영란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법 개정도 조만간 추진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있다

지난 10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농축산연합회,축단협이 공동주최,한우협회가 주관한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김무성 대표는 "김영란법은 좋은 법이지만 이 법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미풍양속인 명절 선물에서 농ㆍ축ㆍ수산물이 제외되는 걸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에 대해서 여야가 많은 고민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김영란법 시행령의 적용 대상에서 농ㆍ축ㆍ수산물은 예외가 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져 객석을 가득메운 700 여명의 축산인과 한우농가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재원 의원은 "아무리 좋은취지의 제도라 할지라도 풍선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에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토론회를 통해 농축산업계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될 수 있는 여러가지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재우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총괄과장은 청탁금지법 제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부패를 '원래 그런 것'으로 여겼던 그간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의식과 문화를 혁신함으로써 청렴을 생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국민들이 보여준 청렴한 사회에 대한 열망과 기대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법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많은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정토론에 나선 패널들이 김영란 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이날 첫번째 지정토론에 나선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충격이상의 대안을 만들어 농축산 농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란법 도입으로 절약한 기업의 비용을 사회약자에게 돌리고,기업들이 절감한 선물 등의 접대비를 고스란히 사내 직원에게 전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등을 제시했다.

김영교 평창영월정선축협조합장은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이 법으로 인해 국내 축산업 생산기반 약화 가속화로 축산업 붕괴가 우려된다"며,"명절선물이 수입쇠고기로 대체될 수 도 있다는 절박한 인식아래 수수금지 금품등 기준에서 국내산 농축산물 제외와 국내 농축산물의 안정적 소비기반과 자급률을 높일수 있도록 FTA피해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백병성 소비자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소비자입장에서 기준을 보면 10만원 하는 화환도 제대로 보낼수 없고,한우선물세트도 10만원이하가 거의없어 이것을 뇌물로 볼것인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범위는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은 "농민과 서민이 어려워지면 국가의 근간이 흔들린다"면서,"단순히 벤츠여검사 등 공직자 부패현상에 대한 여론에 등 떠밀려 쉽게 결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아울러,"물가상승률,호텔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고려해 볼때 20만원대의 가액설정이 되면 국가와 기업,시민사회가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세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은 "국민의 여론을 조성해 농민을 겪리시켜 강행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농민이 열심히 생산한들 부정한 금품대상에 포함된다면 그 생산물은 저장성이 취약해 판매적기를 놓친 생산물은 부패하거나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그 빈자리는 값싸고 질 나쁜 외국산 농산물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창본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자신을 지난 20여년간 한우를 연구와 경쟁력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양질의 영양소를 공급한다는 자부심과 우리고유의 유전자원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수입개방이라는 험난한 파고를 헤쳐가고 있는 한우고기가 졸지에 우리사회에 없어져야할 뇌물의 오명을 쓰게 생겼을 분 아니라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부류의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윤리 인프라와 신뢰구축 등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지금 논의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령 중 한우고기를 비롯한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예외 조항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해 농가들로 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종구 축산경영과장은 "이법의 취지는 좋으나 농축수산인들에 어려움을 주고있다"면서,"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 권익위에 잘 전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1차 농산물도 문제지만 외식산업경우 외식소비에서 객장 축산물 단가를 맞추기 위해 값싼 외국산 식재료를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부정적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법 취지를 살리되 이런부분이 전체적으로 잘 반영돼 피해를 보는일이 없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영란 법 이대로 좋은가?" 주제발표를 한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생명학과 교수는 "과일이나 한우 선물세트를 받는 것이 법안의 취지대로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과 같이 막대한 재산적인 이익이나 경제적 이권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김영란법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목줄을 죄는 법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간담회,여론조사를 실시해 문제점등을 파악해 시행령안을 오는 9월 중 마련,내년 초에 입법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