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수입 삼겹살 7만톤 무관세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6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대한양돈협회를 비롯 축산관련단체장과 한국농민연대 상임대표,농가대표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3월15일 한미 FTA발효가 되자마자 정부가 FTA와 상관없이 수입산 돼지고기 7만톤에 대해 20일부터 무관세(할당관세)를 전면 시행함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전국의 양돈농가들은 분노를 참을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준동 한국농민연대 상임대표는 "정부는 FTA체결시 양돈농가 보호를 위해 10년간에 걸쳐 관세를 낮추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국내 물가안정이라는 명분만을 내세워,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의 81.6%에 대한 무관세 수입을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국내 양돈농가는 하나둘 죽어가고 있다"고 정부의 정책 시행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축산단체장인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이 정부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이같은 현실을 성토하며 "FTA는 돼지고기 생산기반과 양돈산업의 존폐위기를 가져왔다. 정부는 FTA안하면 대한민국이 잘못돼는것처럼 죽기살기로 기를쓰고 전개하고 있다"며 "이집트정부의 사례를 들며 현정부는 민심을 돌아보고 농가들의 얘기에 귀를 귀울여야 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양돈농장일을 뒤로한채 집회에 참여한 김행우 제일농장대표는 "최근 2년사이에 사료비가 42%올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런 밀어부치기식의 행정은 너무나 어이없고,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정부는 이제라도 무차별적인 무관세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며 "만약 그대로 강행할 시 전국 300만 농.축산농가와 연대해 이같은 양돈산업 말살행위에 대해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밝혔다.

또, 양돈농가들은 "돼지고기 가격이 생산비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대폭락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생산비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총선과 MB정권 임기 막바지의 정치적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 '물가안정'을 빌미로 삼겹살을 일방적으로 무관세(할당관세)를 적용해 국내양돈산업 자체를 존폐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정부는 당연히 걷어야 하는 840억원의 관세를 포기하고, 대기업만 이익을 창출시켜주고 있다"며그러나 "정작 소비자 물가안정 효과는 미비하고 산지돼지가격 하락과 양돈농가 경영악화만 부추겨 결국,이득은 돼지고기 수입.유통시키는 대기업만 배불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삼겹살 7만톤은 돼지 630만 마리분에 해당하는 양으로 돼지값이 크게 오를것이라는 당초 정부의 예측과는 달리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돼지값은 정부가 정한 가격 상한선보다 20%이하를 밑돌아 생산비이하로 폭락한 상태다.

이병모 대한양돈협회장이 근심스런 얼굴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병모 대한양돈협회장은 기자회견에서 "3월15일 한미FTA가 이미 발효돼 냉동삼겹살 관세가 25%에서 16%로 낮아져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이미 예고돼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무관세로 7만톤을 추가로 수입하는것은 우리나라 양돈농가를 말살시키고,대기업과 중간상인 유통업자들만 배를 불리는등 약자인 농민은 생존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며 농가의 어려운 사정을 국민들께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돼지 모돈두수와 총사육두수,도축두수는 급속히 증가해 FMD(구제역)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한 상태고,사료값 상승과 최근 경기침체와 맞물려 양돈농가들은 하반기 비수기에 돼지값 폭락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돼지고기 생산원가 상승 원인으로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최근 42%사료값 폭등과 국제 원유가격 30%인상에 따른 부대비용 증가와 악취감축설비 및 허가제 도입에 따른 시설비용증가,구제역 방역비,약품비,백신비용 증가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성수기인 4~7월사이에 수익을 내 하반기 예상되는 손실분을 메꿔야 하는데,이번 7만톤 무관세 추가 수입으로 그럴수 없게돼 전국의 양돈농가들은 줄도산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20일, 봄을 맞아 행락철 수급불안에 대비해 돼지고기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기한을 6월말까지 연장,적용물량을 7만톤 추가하고 건고추는 1/4분기 적용물량 6,185톤을 11,185톤으로 확대해 6월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힌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아울러,삼겹살경우 최근 돼지 사육두수 회복에 따른 국내공급등이 안정되고 있으나 국내생산량이 19%수준으로 소비자들의 삼겹살 선호도가 높아 만성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하고 행락철 대비 수요가 크게 증가해 삼겹살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어 이를 반영했다고 수입 추진배경을 밝혔다.

이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는 양돈협회는 "실제로 돼지에서 적은양만 나오는 삼겹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돼지 등심과,안심,뒷다리살등 보다 고른부위의 영양 섭취를 권하는 한편,순수 국내 돼지로만 만든 한돈햄캠페인등을 통해 양돈농가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대표인 김행우 제일농장대표가 양돈농가들의 어려움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노력들도 7만톤 무관세 수입물량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이에 양돈농가와 축산단체들은 "구제역으로 인해 피눈물을 머금고 살처분한 수많은 농가들이 이제 성수기인 4월부터 손실분을 메꿔가며 재기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정치적인 계산으로 죄없는 양돈농가들만 희생양이 됐다"며 7만톤에 대한 무관세 철폐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양돈동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무시한채 단순논리와 판단으로만 밀어부친 기획재정부장관도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이같은 농가들의 정당한 요구를 또다시 정부가 외면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우리가 키운 돼지출하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오늘부터 무기한 항의농성과 집회,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이날 기자회견후 돼지모형을 들고 항의 시가행진을 벌이려던 퍼포먼스행사는 정부의 핵안보 정상회의 때문에 원천 차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