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농업계가 농업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주요한 근거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하고 있으나정작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 되도록 하는 정책과 관심은 크게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민간 농업전문기관인 GS&J는 최근 발표한 <'한국 농업의 다원적 기능: 그 불편한진실>(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에서 농업은 환경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발휘하는 순기능과 이에 반하는 역기능이 상존한다고 지적하고,우리나라의 농정과 농업계는 농업=다원적 기능이라는 인식에 매몰되어 어떤 다원적 기능이 얼마나 생산되는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산할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환경보전, 생물 다양성 유지, 농촌사회문화 보전, 수자원 확보, 경관유지, 토양
보전, 식량안보 등 농업 생산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UR 협상에서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NTC)’으로 국제적으로 공식화 되었고, OECD 논의에서 ‘다원적 기능’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농업은 이러한 순기능이 있는 반면 한천과 바다,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거나 토양침식과 자연 경관을 훼손하는 역기능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업이 갖고 있는 환경훼손 등 역기능은 도외시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만을 내세워 농업
보호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지속가능한 농업정책으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연 연구위원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수십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앞세워 농업보호와 지원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으나 그 지원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 중에 어떤 것을 실현하려는 것인지, 그 기능이 실제로 발휘되고 있는지,도리어 역기능을 나타내는 것은 없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도 없고, 정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묻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위원은 또,논 직불제나 밭농업 직불제 등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근거로 한 대표적인 농업지원 정책이지만 일반적인 농지관리 수준 이상의 어떠한 환경적 책무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이를 통해 어떠한 다원적 기능이 발휘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정책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쟁력 향상, 농가소득 증대, 수출 산업화, 미래성장 산업화 등의 농정목표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제고’를 분명히 제시해야 하며,이와 함께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지역별 토지관리 방법, 적합한 작물, 생산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규명하고, 이를 적용하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농업이 생산성 향상에 치우친 결과로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었으나 이후다원적 기능을 살려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농업프로그램이 농정의 핵심 축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86년 농업환경정책을 도입한 이후 2007년부터는 ES(농촌환경지원관리제도)를 통해 △생물 다양성 보전 △경관의 유지 △역사적 환경 보호 △일반인의 접근 장려 및 전원에 대한 인식 제고 △자연자원의 보호 △토양부식 및 수질오염 방지 △고지대의 환경적 관리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GS&J 이정환 이사장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농업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EU등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해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환경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며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구현하고 농업의 공공재 생산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