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내년 쌀값과 재배량을 정한다.

작년 2014년도 쌀 생산관련회의 모습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이 2015년도 쌀 생산량과 수매가격을 정하기 위해 오는 12월 8일 오후 2시, 농협안성교육원에서 ‘2015년산 쌀 생산관련 회의’를 연다.

한살림은 지난 1989년부터 해마다 연말에 농민생산자대표들과 소비자대표들이 함께 모여 다음 해 쌀값과 생산량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를 열어와 주목을 받아왔다.

회의에서는 전년도 수매량과 소비량을 비교하여 다음 해 공급량을 예측하고 재배 면적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쌀값을 얼마로 정할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협의하여 계획을 세우고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생산과 소비는 하나”라는 한살림의 오랜 신념이 반영된 전통적인 행사로, 건강하게 생산하고 책임 있게 소비하겠다는 농민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약속이기도 하다는 한살림관계자의 얘기다.

한 농민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살림 쌀 생산관련 회의는 시중의 여느 협상처럼 서로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식이 아니라 서로 감사하며 격려하는 자리다보니 다음해 벼 수매가와 농사규모를 결정할 때마다 소비자대표들은 오히려 농민 생산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쌀값을 올리자고 하고,생산자들은 오히려 시중 쌀값이 하락하는 추이를 걱정하면서 쌀값을 동결하자고 하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반대로 낯선 풍경이 빚어지기도 한다.

올해는 생산자·소비자 이야기마당이 마련되어 농사를 지으면서 힘들었던 점과, 의미 있었던 순간, 도시에서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추진했던 활동경험들을 나누게 된다.

또한 작년 서울지역 소비자조합원들의 공연에 대한 답례로 괴산지역 생산자들이 민요공연을 준비하여 더 뜻 깊은 자리가 될 예정이다.

올해는 쌀시장 개방과 한·중FTA 체결이 발표되면서 생산자 대표와 소비자 대표들이 더욱 비상한 각오로 우리쌀을 지키자는 결의를 다질 예정으로  이날 행사에서는 벼를 형상화한 걸개그림을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손도장을 찍어 완성하고, 전국 각지에서 쌀 소비를 응원하기 위해 보내온 영상도 공개된다.

이밖에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진행해온 활동상을 담은 사진전도 열린다.

지난 해 12월 10일 열린 2014년 쌀 생산관련 회의에서는 생산자·소비자 대표들이 올해 수확한 벼 수매가격에 대해 유기재배 메벼 40kg 한 가마에 86,000원, 무농약 재배 메벼 70,600원으로 동결, 소비량을 약 14% 늘려 67,000가마를 생산하기로 정한 바 있다.

시중 쌀값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생산자들이 농사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가격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고,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쌀농사가 우리 농업의 근간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살림 이상국 상임대표는 "시중 쌀값은 15년째 그대로이고, 가격결정 또한 일방적인 경우가 많아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또한, "전지구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세계 각지에서 식량파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국내 농업시장을 활짝 열어놓고 우리 농업의 근간인 벼농사를 유지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이대표는 "한살림 48만 소비자들과 2,100여 세대 농민 생산자들은 더욱 속도감 있게 유기농업운동을 펼치며, '쌀은 생명, 아이들의 미래'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우리쌀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한살림은 생산자·소비자들이 스스로 생명을 지키고, 우리농업을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AOM)으로부터 One World Award(국제유기농업상)를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