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쌀전면개방과 관세율로 고심해 온 정부가 내년 쌀전면개방을 앞두고 쌀 관세율을 513%로 확정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18일 세종청사 기자 브리핑룸에서 농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 합동으로 쌀 관세율을 발표 하고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쌀을 관세화하기 위해 18일 '관세율 등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내용'과 관세화 이후 '농가 소득안정 및 쌀 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등을 발표했다. 

관세화 유예 종료에 대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농업계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WTO에 통보할 내용과 쌀 산업 발전대책을 마련하고, 쌀 관세율은 WTO협정에 근거해 513%로 결정해 통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준연도를 1986~1988년을 적용해 국내가격은 대표 도매가격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 가격을, 국제가격으로는 인접국인 중국의 평균 수입가격을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보호효과가 큰 종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종가세는 수입가격(국제가격)에 대해 일정 비율로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입가격이 높을수록 보호효과가 크고, 종량세는 일본의 경우 쌀 1kg당 341엔의 예 처럼, 무게 단위로 관세를 부과하므로 수입가격이 낮을수록 보호효과가 크다고 할수있다.

또한, 정부는 쌀에 대해 특별긴급관세(SSG)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쌀 수입량이 급증하거나 수입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관세율을 높여 국내시장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의무수입물량인 408,700톤은 관세화 이후에도 현재와 같이 5%의 관세율로 수입을 허용하고, 기존 국별 쿼터물량(205,228톤)은 글로벌쿼터로 전환한다.

아울러, 밥쌀용 30% 비중과, 국내시장 접근기회 보장 등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적용되었던 저율관세물량의 용도에 관한 규정은 삭제하고 WTO 일반원칙이 적용되도록 했다.

WTO 검증에 철저히 대응, 쌀 관세율 유지

관세율은 WTO 회원국들에 의한 검증을 거쳐야 하기에, 정부는 이번에 통보한 대로 관세율이 확정될 수 있도록 그동안 준비한 논리와 자료를 토대로 WTO 검증에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쌀 관세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인 만큼 정부는 그동안 체결한 FTA에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추진 예정인 모든 FTA (참여 결정시 TPP 포함)에서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해 지속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수입쌀 부정유통과 편법수입 방지

정부는 관세화 이후 수입쌀이 국산 쌀로 둔갑판매 되는 것을 방지하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산 쌀과 수입쌀의 혼합 판매․유통 금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국산 쌀과 수입쌀 혼합 판매․유통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4건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으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계획으로 농산물품질관리원, 경찰청 등 관련 기관 간 정보공유 등 협조를 통해 수입쌀 부정유통도 보다 철저히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또,통관단계부터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쌀을 관세청 사전세액심사 대상에 포함시켜 관세화 이후 저가신고를 통한 쌀 편법수입과 이로 인한 국내시장 교란을 방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입가능성이 있는 모든 쌀 품목을 세분화해 규격을 설정하고, 각각의 규격에 대해 원산지별 가격을 조사해 DB를 구축하는 등 내년부터 쌀에 대한 사전세액심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쌀 산업 발전대책 수립과 그간 쌀 정책의 성과와 한계

1994년 UR협상 타결 이후 지난 20년의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영농 규모화, 생산기반 정비, 유통 개선 등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 투자해 왔고, 이를 통해 쌀의 품질이 좋아지고 생산과 유통의 경쟁력도 향상되기도 했다.
또한,개방 확대에 대비해 쌀 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해 시장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장치를 마련해 운영중에 있으며,2013∼2017년산 쌀의 목표가격은 188,000원/80kg로 인상된 바 있다.
 
반면에, 현대인의 식생활이 보다 다양화되면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쌀 산업이 위축되고 있고, 이는 농가 소득에도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전업농 육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ha 미만 농가가 전체 농가의 55%이고, 65세 이상 농가가 56%를 차지하는 등 영세ㆍ고령농의 비중이 높아, 생산비를 절감하고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가소득 증가는 전국 평균가구 소득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것으로 나타났고, 쌀 산업 규모 축소와 쌀값 정체 등에 따라 농가소득 중 쌀 소득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지난 20년간의 쌀 산업에 대한 투자 성과를 토대로 당초 2017년까지 인상할 계획이었던 고정직불금 단가를 내년에 ha당 10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고, 이모작 확대, 영세․고령농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농가 소득안정 장치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수입쌀과의 경쟁에 대비해 생산․유통의 규모화․조직화, 비용 절감, 품질 제고 등을 통해 국산 쌀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벼 재배면적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쌀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소비와 수출 촉진 및 가공산업 육성을 통해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우량농지 중심으로 생산기반을 유지시키로 했다.

2015년 예산 1,568억원 증액

정부는 내년 2015년도 예산을 농가소득 향상과 쌀 산업 경쟁력 제고 등 주요 과제 추진을 위해 2014년 대비 1,568억원 증액했다고 밝히고,쌀 고정직불금에 710억원, 농업자금 금리인하에 146억원, 들녘경영체 육성에 15억원, 쌀산업 선도경영체 교육ㆍ훈련등에 11억원, 쌀 소비활성화에 15억원, 고품질쌀 유통활성화(RPC 시설현대화 등) 27억원, 유기지속직불금에 59억원 등이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쌀 산업의 기초가 되는 생산기반 확충과 신기술ㆍ신소재 개발 등 R&D에 대해서도 투자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쌀 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이번 대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대효과

정부는 이번 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쌀 소비 감소 둔화가 완화되고, 안정적 생산기반 구축과 농가경영 안정 등을 통해 쌀 산업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들녘 단위 공동농작업과 자재 공동구입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품종 및 재배방법 등을 들녘단위로 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RPC에 공동으로 출하함으로써 균질한 고품질 쌀 생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농식품부관계자는 "정부의 양허표 수정안은 9월말까지 WTO에 통보할 계획이고, 이후 10월부터 WTO 회원국들에 의한 검증절차가 진행된다"며,"국내적으로는 관세화 시행에 필요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관세화를 시행하게 되므로 신규 추진사항과 법령 개정 등 제도개선 사항이 계획된 일정대로시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쌀산업 대책은 농업인등이 참여하는 ‘쌀 산업발전 협의회’와 국회의 논의사항을 고려해 향후 보완ㆍ발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민단체들 일부환영,반발,입장차이,보완대책 요구

한편,한농연과 쌀전업농중앙연합회,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이같은 정부의 결정에 일부 환영표시와 함께 즉각 반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쌀 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해 검토한 513%는 우리나라가 입증할 수 있는 적절한 관세율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관세율과, 환율, 국제 곡물가 및 국내 쌀값이 영구적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동계논 이모작 직불금 단가 인상안이 아예 대책에서 빠졌고,정책자금 금리 인하도 일부 사업에만 적용돼 농업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고,"정부와 국회는 농업인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확실한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도 18일 성명서를 통해 "국제적으로 어쩔 수 없는 쌀 시장개방의 상황에서 국내 쌀 산업보호를 위한 최우선의 보호대책은 고율관세"라고 환영의사를 나타내면서,다만, "이 고관세율의 확정이 WTO회원국 검증을 받아야 하고,FTA와 DDA,TPP등에 영향받지 않고 최대한의 시간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앞으로 추가대책 마련 및 정책진행을 위한 예산확보에 적극 동참할 것과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농업계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은 18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쌀 전면개방의 대책이라 말한 ‘쌀산업 발전대책’은 예산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부실한 대책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면서,"농민들은 반쪽짜리가 아닌 제대로 된 대책과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WTO에 쌀 관세율을 통보하기 전에 일방적인 쌀 개방이 아닌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부와 농민, 그리고 여야가 함께 4자협의체 구성해 박근혜대통령이 나서서 FTA, TPP협상에서 쌀을 제외하겠다는 분명하고도 책임 있는 약속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