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최세균)이 지난 13일 '쌀농가의 77.7%가 쌀관세화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를 결과를 발표해 이에따른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농경연의 이같은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왜곡, 날조된 설문조사로 정부의 일방적인 관세화 개방 밀어붙이기에 나선 국책 연구기관 농경연과 쌀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우리 정부에 크나큰 분노를 느낀다"고 분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신수미 정책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가 쌀을 지키고자 하는 일말의 의지라도 있다면 굴욕적이며 투항적인 자세로 협상을 대할 것이 아니라 관세화 개방을 유보하고 의무수입량 또한 현행대로 동결하는 전략을 구사하자는 농민들과 양심적 학자, 통상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민단체들은 이번 농경연의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관세화 개방를 유보하고 의무물량을 동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지적하며,또한 " ‘관세화’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한 35%의 농민에게 ‘현재 의무적으로 들어오게 될 수입쌀을 줄일 수 있다’며 관세화의 장점을 설명한 뒤, 찬성 답변을 이끌어내는등 단점은 크게 축소해 설명해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쌀관세화는 쌀 시장 전면개방을 의미하는 것임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거한 후 농민들로부터 의도된 답을 얻기 위해 설문조사를 왜곡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농경연과는 별도로 따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전국의 농민 1000명으로부터 답을 구한 이 설문조사에서 쌀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전면개방 할 경우 쌀 수입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대답이 68.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서 쌀관세화 전면개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해야할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 ‘관세화유보, 의무수입동결’이 36.6%가 응답했으며, ‘관세화 유보, 의무수입 확대’가 10.6%로 응답,47% 넘는 농민들이 관세화를 유보해야 한다고 답해 ‘관세화 개방’ 19.1%를 압도했다"고 밝혔다.

녀름측은 "이 설문조사를 통해 정부가 명심해야 할 점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36.1%가 나온 것"이라며,"농민들이 무엇이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쌀협상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도, 관련된 정보를 농민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관세화 개방’이라는 내부 입장을 미리 정하고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이같은 정부 국책기관과 농민단체의 설문조사 방식 공방에 대해 "쌀은 단순한 시장경제 논리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농민의 생존권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즉 국민전체의 식량주권 문제와 도 연계된 매우 예민한 사안으로 공청회를 열어 좀 더 공론화 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쌀 전업농중앙연합회 임종완 회장은 "쌀 목표가격을 현실에 맞는 법안으로 개정해 주기를 바라고 정부는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에 대한 종합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며, "한중FTA 등 국내 쌀산업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통상전략을 마련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여론호도 보다는 쌀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쌀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품질표시제를 강화하고 쌀전업농 등 쌀 재배농가들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지원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쌀 관세화와 관련,농림축산식품부 박수진 식량정책과장은 "2015년 이후 쌀을 관세화하더라도 한·미FTA 상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쌀은 이 협정상 관세에 관한 어떠한 의무도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한·미FTA 협정문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미국과 쌀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일부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며,"관세청 통계상 1986~1988년 쌀 수입실적이 있으나 밥쌀용이나 일반 상업용 수입은 허용되지 않았고, 외화획득용 원자재 등 특수한 용도로 극히 미미한 물량의 수입이 이뤄졌다"면서 "향후 쌀 관세화를 추진할 경우 농업협정에 부합하는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합리적인 관세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