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더디게 회복할 줄 모르는 소값하락에 한우농가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 2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우농가들과 한우협회 임원들이 정부에 대해 한우산업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 한우농가와 한우협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폭락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우가격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한우농가와 협회는 그동안 수입개방 이후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으나 2008년 이후 적자가 시작된 후, 2011년부터는 계속된 한우가격 폭락으로 인해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대국민 호소했다.

이강우 전국한우협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 한우산업은 그야말로 벼랑끝에 서 있다" 며,"송아지 생산농가들은 5년연속 적자를 보고 있으며,작년 순수익은 마리당 142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육우역시도 한마리당 100~20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 누가 소를 키우겠냐.생계 유지도 어렵다"고 하소연 하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한우협회 이강우회장(좌)과 부회장(우)이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이강우 회장은 이어 농협중앙회의 역할도 비판했다.
이회장은 "겉으로는 생산자 단체를 표방하면서,농협은 이미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단체가 되어 버렸다.농가들이 빚이 늘어가고 도산해가는 와중에도 사료값 인하등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임종완 회장은 "한우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전체가 아사직전이다. 모든농산물이 타격을 받고있다.이나라 정부,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고있나.철저히 방관만 하고있다.한중FTA가 몰려오고 있다.농민들이 살수 있도록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창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이 축산업과 한우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이구동성 "현재 한우산업은 한미 FTA 체결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 등으로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폐업보상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되기 까지 했다"며,"하지만,이미 한우산업의 중소규모 번식농가들은 폐업을 선택하고 있으며, 한우를 사육하는 가구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심각한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한우농가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이런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중소규모의 송아지를 생산하는 한우농가가 없어지고, 한우산업이 상당한 규모로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할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중소규모 농가 대부분 고령농, 겸업농가로서, 그 중 한우를 처분함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는 곧 농촌경제의 문제로 대두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우협회는 이에 우선적 단기 처방으로 암소수매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한우산업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처방을 내리지 않아 한우농가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우협 이사및 임원들이 삭발식에 동참하고 있다

한우협측은 정부가 진행해온 ‘한우 암소 감축장려금 지급 사업’은 장기 대책으로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을 위해 암소 수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암소 수매 후 일반 유통시장에 재방출시 한우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시장격리와 군납 등의 방안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한우농가대표들이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자 이강우 한우협회장이 질서 정리에 나서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아울러, 곡물가 안정세로 인해 사료값 인하 요인이 충분한 만큼 농협중앙회는 사료값을 인하하고, 현재 시행중인 출하예약제 인해 소값이 하락하는 만큼 이를 개선할 것과 도축물량 조정 등을 요구했다. 

한우협회관계자는 국회앞에서 기자회견 후 7월 29일까지 단식농성 진행과 동시에 정부와 농협이 한우농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7월 30일부터 충북 음성공판장으로 내려가 전국의 한우인들을 집결, 음성공판장 출하저지를 위한 장기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한우농가들은 음성공판장 앞에서 지역별로 모여 릴레이 출하저지등 투쟁을 진행하고,정부의 대책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에는 향후 청와대 한우반납 투쟁 등 더 강력한 투쟁을 진행하는등 마지막 배수진을 친다는 입장이다.

한편,한우산업은 가격연동성이 낮고 가격변동과 유통마진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이에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있다.

한우의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의 42.2% 차지하고 있고,한우고기 가격은 57.8%에 불과한 실정이다.소값 하락시 한우농가는 생산비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피해를 보는데 반해 다른 유통주체는 모두 이익을 보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우가격이 하락시에는 천천히 반영되고 한우가격이 상승시에는 신속하게 반영돼 소비자는 항상 비싼 한우만을 사서 먹을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존 안심축산 위주의 패커육성 정책에서 벗어나 유통단계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첨단 직거래 판매 방법 도입 등 실질적인 정책방안을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경쟁력을 갖춘 한우농가인 경영체나 영농법인 등이 직접 서울 등 대도시에 한우판매점을 개설해운영함으로써 한우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보와 소비자에 대한 한우고기 적정가격 공급을 통해 한우소비를 활성화하는 방안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알뜰주유소와 같은 가격연동제 운영을 통해 한우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주변 음식점에 대한 가격 견제가 이루어져야 하고,원산지 표시제 및 음식점원산지표시제 등 쇠고기 유통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원산지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