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사 이제 힘들어서 못하겠다!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

이는 단지 농가일이 고되서 하는말이 아니다. 한창 바쁜 농번기 모내기 철,쌀농사 짓는 농민들이 견디다 못해 도심 거리로 나왔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에서는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원 농민들이 정부에 대한 '쌀 직불금 개선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적인 쌀 직불금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쌀 목표가격 4천원 인상안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쌀전업농연합회,목표가격 23만원 인상 요구

기자회견에서 쌀생산 농민단체인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측은 현실을 반영한 물가상승률과 쌀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해 목표가격을 17만4,083원에서 20만~23만 원선으로 상향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임종완 쌀전업농회장이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변동직불금 지급을 위해 향후 5년간 (2013~2017년) 새로 적용할 목표가격을 기존 17만83원(80㎏당)에서 2.4%(4,000원) 인상한 17만4,083원(80㎏당)으로 조정한 목표가격 변경 동의안을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한 것에 따른것이다.

임종완 한국쌀전업농연합회 중앙회장은 "정부는 쌀 생산농가 소득안정 대책없는 4천원 소폭인상 국회상정을 즉시 철회하라"며,"이미 2012년 초 부터 협회는 제도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정부협의를 진행했지만,결국 남은 것은 쌀생산 농업인의 소득감소 뿐이다. 더이상 쌀생산 농업인의 소득하락을 외면할 경우 그책임은 정부와 국회가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봉 한농연회장이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 김준봉 한농연 회장은 연대발언에서 "지난 5월31일 발표한 박근혜정부 공약가계부를 보면 농업예산 삭감이 들어있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대선후보들이 전부 쌀문제에 대해 고정 직불금 상향 인상을 약속했지만 하나같이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며,"모든 농민단체가 함께해 쌀문제,한우문제,모든 농업문제 해결할 때 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밥 한공기 300원,사료값보다 못해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이계섭 정책부회장은 대국민 호소문 낭독를 통해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계속해서 쌀가격과 농산물가격만 인위적으로 잡고있다. 이로인해 농업인의 삶은 피폐해져 가고 있다.만약 이런상황이 지속된다면 농업은 사라지고 식량안보에도 큰 구멍이 생기게 돼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쌀 생산농가의 소득이 쌀목표가격 제도시행 이전보다 74%까지 떨어지고 있지만 농가는 묵묵히 정부정책에 맞춰 우리나라 농업을 지탱해 왔다"면서,"현재 우리쌀은 터무니 없이 낮은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국민들이 즐겨먹는 커피한잔 가격이 4~5천원이고,가축이 먹는 사료값도 3~4천원에 이르고 있다.하지만,우리가 먹는 밥한공기의 가격은 사료보다 못한 300원에도 채 안되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따라서,"힘없는 쌀생산농가와 농업인들이 기댈곳은 국민여러분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현실을 외면한 정부 인상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지 못하도록 국민들이 지속적이고 애정어린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 제도’(목표가격 제도) 는 쌀소득보전법에 의해 5년마다 목표가격을 조정해 설정하고 수확기 쌀 가격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의 일부를 지불하는 제도로 쌀 목표가격은 지난 2005년 쌀 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도입돼 산지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내려가면 정부가 차액의 85%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장치다.

생산늘어나 쌀값 하락우려

쌀전업농 회원 농가들이 정부정책에 비판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편,농가입장과는 반대로 일부에서는 정부가 정책 목적을 고려할 때 단순히 목표가격 인상만이 최선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 농가들 입장과의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한 농업학계전문가는 "전체 117만 농가 가운데 과반인 약 63만 농가의 연간 매출액이 500만 원 미만으로 이들 가운데 약 3분의 2인 40만 농가가 0.5㏊ 미만의 농지를 경작하고 있다"며," 이들 중 과반인 21만 농가의 농업인은 65세 이상 고령으로 이들 중 약 70%인 14만5000 농가는 농업 수입 외에 다른 수입이 없어 무엇보다 이런 고령농업인과 소농들에게 우선적으로 소득보전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10년 간 연평균 2.2%씩 줄어들고 있는 1인당 쌀 소비 감소추세와 더불어 국제통상 협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 수입 물량 등을 고려하면 목표가격 인상에 따른 약간의 생산 유인도 결국 쌀값 하락을 초래할 것이고, 이는 직접지불금 확대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10일 세종시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살펴보고 구내식당등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쌀생산농가들의 목표가격 상향인상안 요구에 대해  "쌀 직불금 목표가격이 올라가면 소비는 한계가 있는데 불구하고 생산이 늘어나서 쌀값이 더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농가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는 목표가격을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쌀 직불금 목표가격 인상에 대해서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쌀문제 근본적 해법 모색해야

한편,이러한 정부의 쌀정책에 대해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4천원 목표가격 인상안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의장은 정부가 잔돈푼으로 농업인들을 모독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운영중인 '국민공감농정위원회'의 진정성에 회의감을 표시했다.

이 의장은  "정부 양곡정책과 쌀 수급정책은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면서,"시장가격에 근거한 쌀 목표가격과 유명무실해진 공공비축제를 폐지하고 국가수매제를 되살려 농민에게 가격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회에 계류중인 21만원과 쌀전업농의 23만원 목표가격 인상 요구안이 실제 수매가로 보장되어야 쌀생산농가의  생존을 보장하고 무너진 쌀산업을 일으켜 세울수 있다"고 주장하며,"기초농산물의 생산과 유통,가격 전반에 대해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관리하는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완 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이 비장한 각오로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삭발식까지 단행한 임종완 쌀전업농연합회장은  "정부의 이번 목표가격 4천원 인상안은 법령상 2005년이후 처음 도입되는 것이지만,그동안 물가는 25%이상 상승했고,생산비는 200%이상 상승한 것은 염두에 두지 않은것"이라며,"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이 쌀생산농가를 우롱하고,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어 쌀생산농가와 농업인들은 이제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측은 기자회견 후 목표가격 정부 소폭인상안이 철회되고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