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사료 가격폭등으로 우리 축산농가의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자 정부와 축산업계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료가격 안정기금' 도입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11월28일 경기도 과천 마사회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돈자조금위원회에서 발주한 사료가격안정제도 연구용역을 수행한 축산경제연구원 노경상 원장의 주제발표와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연구기관, 관련 협회 관계자들이 차례로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료가격안정기금은 지난 1968년부터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정부, 축산농가, 사료업계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배합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때 축산농가에게 배합가격 상승분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이날 노경상 축산경제연구원장이 토론회에 앞서 일본의 시스템 사례를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축산업계와 관련협회는 비싼 사료비가 축산농가의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사료가격안정기금의 설치.운영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농림수산식품부는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이 각 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즉각 도입시 정부의 재정부담의 증가와 재원마련의 어려움,사료업체 부담금의 배합사료 가격 전가 및 배합사료 가격 급등시 일본의 사례처럼 기금 고갈 가능성 등 여러 문제점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줄곧 취해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기존 입장들을 되풀이 하는 수준이어서 다소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처음 토론자로 나선 이병모 대한한돈협회장은 "우리 축산업계 선배들이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살아남은 사람들이 현재 남아있는 양축농가들"이라고 말하며 "8년전부터 축산업계를 위해서 향후 안정적으로 가기위한 여러제도를 찾아본 바 그중 사료안정기금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그 필요성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다소 어려운 상황이지만,정부와,양축농가,사료업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료안정기금같은 최소한의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곡물가 폭등시 최악의 상황을 막을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병모회장은 "향후 2,3년내에 농업분야에 축산이 50%가 넘어갈 것이고,사료가격안정기금이 그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제도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번째로 나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축산실장은 "사료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적립금이 좀 많아야 하고,조성액을 늘리려면 오랜기간 동안 적립을 했다가 위기상황에 사용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현 시점에서는 당장 10%이상 배합사료 가격인상 요인이 있어,농가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우려의 견해를 밝혔다.

또,전체 축산농가의 64%가 사료 구입 시에 외상거래를 하고 있으며, 외상 거래로 인한 추가 부담은 월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사료구매자금 지원등 외상거래를 하는 축산업자가 현금거래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실장은 이어 "사료가격안정기금을 빨리 도입하는것이 개인적으로 생각할때 정답은 아니지만 반드시 도입한다고 하면은 보다 면밀히 검토해 실질적으로 축산농가의 사료가격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료가격안정기금은 중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서 면밀히 검토해 진행하고,당분간은 사료구입자금을 지원하는등 정책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는 단기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노경상 축산경제연구원장이 배합사료 가격안정제도 도입방안 연구 발표를 하고있다

한우협회 장기선 사무국장은 사료가격안정기금을 기본적으로 현재 해야된다는 입장을 밝히며,"당장 법으로 만들어도 발동하는데는 2년정도 걸린다" 며 "지금이 사료안정기금을 법제화 할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
그리고,농협사료를 70%이상 사용하는 한우분야의 특성을 설명하며,"제도가 발동되기까지 1~2년 기간동안 정부가 통크게 1~2천억원 투자를 해놓고 3년차부터 농가는 20%미만,농협중앙회와 축협이 20%, 농협사료가20%,나머지 정부가40~50%비율로 이익금을 배분해야 사료안정기금을 안정화 하는 목적과 농가의 경영안정에 큰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계협회 정문채전무도 "양축농가들이 현재 상당히 어렵다.안정적인 축산경영을 위해서 생산원가 비중이 큰 사료가격 안정을 위해 사료가격안정기금 제도가 빨리 추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측은 재원마련에 대해 문제재기를 하며 "사료업체에 대한 가격 전가부분이 고려돼야 한다"며 "초기에 별도의 재원마련이 돼야 도입이 가능하고, 제도도입시 기금고갈문제와 기금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수렴과 기금보전규모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최소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제시했다. 

한국사료협회 홍순찬 부장은 사료업계와 정부,축산업계가 이런 공동의 문제를 함께 토론하는 것이 매우 의미가 있다고 전제한 뒤 사료가격안정기금의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홍부장은 "전통적이고,안정적 시기에서의 일본의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 사례를 볼때 현재 우리의 상황은 국제곡물동향 및 환율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가격안정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기금의 고갈이 고스란히 양축농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며 일본의 시스템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아울러,배합사료 적립 발동기준인 2% 기준도 가격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가격안정 실효성에는 마이너스라고 주장했다.
또,"일본의 경우는 배합사료 생산량 기준으로 볼때 99% 가까이 농가들의 기금에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어 44여년간 일본에서 지속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서울사료 장원철부회장은 일본의 사례를 연구를 많이 했다며 "안정적이었던 일본과 우리의 상황은 매우 다르고 외부에서 사료회사를 보는 부정적 시각처럼 사료회사에서 안정기금제도를 거절할 사항은 아니다" 며 "문제는 기금을 어떻게 조달하고,누가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사료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에서 기금을 부담하기에 사료업체들의 기금 부담금이 결국 사료제품 가격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며 본질적으로 다시한번 생각해 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농식품부 이상수과장은 "농가의 사료가격 10%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약 8,5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며 "현재 농식품부가 구상하고 있는 현금구매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10%이상의 농가별 혜택 효과가 있게 되므로 두가지를 비교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수과장은 사료가격안정기금을 도입해 사료가격이 상승했을때 축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정부에서 사료회사에 원료구매자금 지원과  현재 확보돼 있는 현금구매자금을 1,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려 금리도 3%에서 1%로 인하 해 낮추면 사료가격 안정기금보다도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노경상 축산경제연구원장은 "전가를 해 사료가격을 계속 올리면 제도시행에 의미가 없다" 며 "사료업계와 양축업계가 공존하기 위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 갔으면 한다" 고 말했다.
또한, "농협중앙회측에 대해 조합이 운영하는 농협사료는 일반사료 회사와는 다르게 양축농가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하며,협동조합의 본분을 지켜주길 주문했다.

당장 내년 초 사료가격 인상을 앞두고 어떤것이 우선 순위인지,어떻게 하는것이 우리 축산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것인지,모두가 합심해서 한발짝 물러서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료가격안정기금의 도입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때라고 방청했던 한 농가 관계자는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2월 중 사료가격 안정기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해 밝힐 계획이다.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을 제출한 4개 법률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