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대통령의 영부인 사업으로 논란이 됐던 ‘한식세계화사업’이 별다른 성과도 없이 769억 원의 예산만 허비한 것으로 밝혀져 향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김재원 의원은 "범정부 차원에서 2009년 시작된 ‘한식세계화사업’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성과도 없이 지금까지 총 769억 원의 막대한 예산만 소모하고 있다"고 이같이 말하고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가 열렸다

김재원의원은 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양일선 한식재단 이사장등 증인이 참석한 자리에서 "아무리 나라돈이지만 40억씩 아무런 과제도 주지않고 용역발주하고, 나눠주는등 자신의 돈이라면 과연 이렇게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또,"2011년도에 한식홈페이지 구축 사이트를 11억4천여만원을 들여 만들었다는데,도대체 어떤기관 홈피만드는데 이렇게 많이 돈이 들어가는지,국정원사이트 만드는데도 이렇게는 안들어갈 것"이라며 "중국이나 미국에 가보면 한국에서 건너간 개인이 운영하는 훌륭한 한식당들이 있는데,한식재단에서 남는돈 가지고 이런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2009년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기획으로 ‘한식세계화 추진단’을 출범시키며 시작됐다.
한식세계화추진단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단장으로, 기획재정부 제1차관, 외교통상부 제2차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위원으로, 청와대 대통령실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핵심조직으로 구성됐다.

새누리당 김재원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정책수립·자문의 역할을 하는 추진단을 축으로, 실제 집행은 한식재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 추진하고 있는데,이렇게 많은 정부부처와 기관이 참여해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아직 명확한 마스터플랜이나 장기 로드맵조차 수립하지 못한 채 무계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중복 집행되거나 진행하다가 중단되는 사업이 다수 발생하는 등 부실·졸속사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게 김의원의 지적이다.

김의원은 그 대표적 졸속사업의 전형으로 ‘뉴욕 맨하탄 플래그쉽 한식당 개설사업’을 꼽았다.

플래그쉽 한식당 사업은 지난해 정부가 50억 원을 지원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뉴욕 한복판에 한식당을 개설해 일약 뉴욕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취지로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김의원은 "제대로 된 사업타당성 조사·관계 전문가 의견수렴도 없이 급하게 졸속으로 추진되는 바람에 국내 사업설명회에는 2개 업체, 뉴욕 사업설명회에는 6개 업체만 형식적으로 참석했고, 사업공모에는 결국 아무도 공모신청을 하지 않아 50억 원의 정부예산이 배정된 사업이, 아무런 후속대책 없이 그냥 중단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양일선 한식재단 이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김재원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의원은 국감 증인 질의에서도 지적했듯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 중단으로 당연히 불용 처리해야 할 예산 50억 원을 향후 예산확보를 위해 편법적으로 불필요한 연구용역과 한식 사이트 개편 등에 다급하게 전용해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용역의 경우 2009년 5억 원, 2010년 20억 원이 집행됐고, 2012년과 2013년 예산이 각각 25억 원과 10억 원인 반면에 남은 예산을 투입한 2011년에는 무려 60억 원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김재원의원은 "당시 1·2차 연구용역사업이 이미 진행됐고, 그 집행액 역시 전년도 전체 집행금액 20억 원에 근접한 18억 원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연말인 12월29일에 그동안 집행한 금액의 2배가 넘는 40억 원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는 점에서 2011년 연구용역이 무계획적으로 다급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1·2차에서는 지정과제가 7개, 자유과제가 6개였는데, 3차에서는 28개 과제 모두가 자유과제로 채택되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진행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식세계화사업 실무집행의 주축 한식재단>
임기 중 이사 교체율 45%, 직원 이직율 146%, 업무 연속성·책임감 제로.

한식세계화사업 실무집행의 주축이 되는 기관은 바로 한식재단이다.

2010년 설립돼 매년 100억 원 내외의 예산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받아 한식세계화사업의 인프라구축과 한식 경쟁력 강화, 한식 마케팅 지원 관련 실무집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설립 후 2년 6개월간 이사진이 수시로 교체되고, 직원 역시 정상적 조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이직하고 있어 이런 조직관리 역량으로 과연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고 김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

임기 2년의 이사 중 임기 내 교체된 이사가 총 20명 중 9명으로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이사의 비율이 45%나 되며,초대 이사장이었던 정운천 전 이사장 역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임했다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이사회가 1년에 3~4회 개최되는 것을 감안해 보면 회의에 한두 번 참석하고 그만두는 이사가 상당수 있다는 얘기다.
직원의 경우는 2011년 11명 입사·8명 퇴사, 2012년 16명 입사·11명 퇴사 등 이직률이 146%에 이르고 평균 근속기간이 6.6개월에 불과해 대부분 직원이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고,업무의 연속성과 성과, 책임감을 논하는 것은 고사하고 조직 자체의 존립과 유지조차 힘겨운 상태라는 것이다.

조직이 이런 상황임에도 한식재단은 부지는 지자체로부터 무상제공 받고, 건축공사비는 국고지원으로 283억 원을 지원받고, 콘텐츠는 민자로 50억 원을 유치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한식랜드마크’ 사업을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 하에 추진하고 있다고 김의원은 지적했다.

<정운천 前 이사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연구용역 발주 관련 의혹>

김재원의원은 "정운천 전 이사장은 이사장에 선임된 지 2개월 만에 전북 도지사 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히고 업무인수인계를 선언했으나 선거 후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복귀했다"며,"선거기간 몇 개월 동안 한식재단은 최고결정권자가 공백인 상태에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정 전 이사장 재임 중인 2010년에 발주한 연구용역 일부가 정 전 이사장과 연관성이 있어 이사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했다.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연구용역은 전북대학교 병원이 낙찰한 “임상시험을 통한 한식 우수성 규명사업”과 우석대 산학협력단이 낙찰한 “비빔밥 기능성 연구 및 소스류 개발사업”을 지목했다.

두 연구용역 모두 낙찰자가 전북 소재 기관이고 1차 입찰에서 단독응찰로 유찰되어 2차 입찰까지 갔으나 2차 입찰에서도 단독응찰해 기술평가 후 선정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의원은 "유사한 연구용역에 3년간 무려 20억 원을 넘게 중복 사용한 것"이라며,"특히 2010년 12월 전북대학교가 정 전 이사장을 식품공학과 석좌교수로 임명한 사실은 이러한 의혹의 개연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식세계화사업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필요>

김재원 의원은 "이처럼 국민의 혈세 수백억 원만 낭비한 채 졸속행정·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한식세계화사업’은 원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 이렇게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다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차년도 예산확보를 위해 국민의 피와 땀인 세금으로 지급되는 예산을 이렇듯 방만하게 낭비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아울러,"‘플래그쉽 한식당 사업 관련 예산 편법 전용에 관한 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며,"농림수산식품부가 천명한대로 ‘세계인이 즐기는 한식. 한식을 통해 농식품의 신시장 창출 및 국가 브랜드 가치제고’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장기적 플랜을 수립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