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련 국내 업체가 피해를 봤다는 정부측의 첫 판정이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위원장 현정택)는 지난 8월 22일 306차 무역위원회를 열고 전북 소재의 한 돈육업체 A사가 정부의 한·EU FTA체결로 인해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 무역 피해를 본 것에 대한 주장에 대해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23일 지경부에 따르면 무역위의 이번 판정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무역조정지원제도의 지원 기준이 완화된 후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지정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에 피해업체로 지정된 A업체는 돼지고기 포장육을 생산하는 업체로서 정부의 한-EU FTA로 인한 EU산 돼지고기의 수입 증가로 올 상반기 피해를 입은것이 확인됐다고 무역위원회는 판정했다.

위원회는 한-EU FTA 발효 후 품질은 비슷하나 가격이 저렴한 EU산 수입 돼지고기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A업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A업체 처럼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지정받은 기업은 3년간 업체당 운전자금을 연간 5억(거치기간 포함 5년), 시설자금 연간 30억(거치기간 포함 8년) 이내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컨설팅 자금은 업체당 소요비용의 80%범위에서 4000만원 한도로 지원 받게 된다.

무역조정지원제도는 FTA 상대국으로부터 수입이 급증해 심각한 손해를 입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융자·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6개월 이상 심각한 피해를 보거나 그럴 것이 확실하고 동종 또는 직접 경쟁하는 상품·서비스의 수입 증가가 피해 원인일 때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7월 무역조정지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원기준이 매출액 또는 생산량 20% 감소에서 10% 감소로 대폭 완화된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번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의 판정으로 FTA 관련  농어업 관련 피해업체들의 유사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무역조정지원제도에 따라 A사를 조만간 무역조정 지원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번 판단은 한·EU FTA에 대한 무역조정 신청의 첫 결론이며 지난달 무역조정 지원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FTA로 경영에 타격을 입은 업체의 유사한 신청이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무역위원회는 와인 수입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복분자주 업체를 비롯, 한·EU FTA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업체의 신청 3건을 더 심사 중이라고 덪붙였다.

한편,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돼지고기 포장육의 시장점유율(물량 기준)은 국내산이 84.76%에서 70.98%호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EU산은 5.65%에서 12.22%로 상승했다.

무역조정지원제도란?

2007년 도입된 무역조정지원제도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산업이 타격을 입는 것을 줄이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FTA 상대국으로부터 수입이 크게 늘어 피해를 봤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이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금이나 상담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무역조정지원기업에 선정되려면 무역위원회로부터 피해 결정을 받아야 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무역조정 계획을 제출해 경쟁력 확보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지식경제부 장관이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선정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